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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4년 만에 최영미 첫 시선집…'헛되이'

Yonhap News Agency ·
데뷔 34년 만에 최영미 첫 시선집…'헛되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중)

1994년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최영미(65) 시인이 시선집 '헛되이'(이미출판사 펴냄)를 출간했다. 1992년 문단에 데뷔한 지 34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내는 시선집이다.

시선집에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부터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까지 그가 펴낸 8권의 시집에서 가려 뽑은 62편의 시들이 담겼다.

시의 편집과 배치는 앞서 재일한국인 시인 정해옥이 번역해 올해 5월 일본에서 출간한 최영미 시선집 '시를 밝혀 들로 나서다'를 참고했다.

예를 들어 첫 시집에 수록했던 문제작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의 경우 시선집에서는 마지막 행을 삭제했다.

이 시는 1990년대 컴퓨터 명령어들을 통해 기계 문명과 권력, 욕망을 풍자했으며, 마지막 행에 성행위를 은유하는 속된 표현이 담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출판사 측은 "마지막 행 때문에 편집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며 시선집에서 빼려고 했으나, 인공지능(AI) 시대를 예고한 상징적 작품이라고 판단해 마지막 행을 지운 채로 책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최영미는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시집이다.

이 책은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가 민주화 이후 마주한 현실을 다룬 대표적 후일담 문학으로 평가된다. 단지 과거의 투쟁을 영웅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그 안에 있던 인간의 욕망과 모순, 위선까지 끄집어내며 후일담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시작 활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한 공로로 2019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영미는 이번 시선집의 '시인의 말'에서 "유리창에 와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름다워 숨이 멈추었다"며 "그런 찰나의 황홀함이 시 아닐까. 헛되이 너를 사랑했다"고 적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09/02 10:58 송고 2026년09월02일 10시5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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