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재무장관, 미국 초청으로 4년 만에 G20 대면 참석…유럽, 사진촬영 거부
미국의 초청을 받아 러시아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무대에서 배제된 러시아의 입지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자, 유럽 국가들은 크게 반발했다.
31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대면 참석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재무장관이 이 회의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참석은 회의 의장국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미 재무부는 스콧 베선트 장관이 G20 회의를 겸해 실루아노프 장관과 별도 회담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재무부도 두 장관이 금융 현안 협력과 G20 틀 안에서의 소통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미국의 초청을 “관계 정상화 시도”라고 규정하며 “전쟁의 참상을 고려하면 러시아 장관은 정상적인 손님처럼 대우받아서는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실루아노프 장관이 다른 참석자와 같은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더 분명히 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클링바일 장관은 비공개 논의에서 실루아노프 장관에게 “러시아 정부는 이 전쟁을 끝내야 하며 이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독일이 우크라이나 편에 확고히 서 있다는 점을 그의 면전에서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회의 뒤 통상 진행되는 장관 단체 사진에도 실루아노프 장관과 함께 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실루아노프 장관은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침공 직후인 2022년 4월 회의에는 화상으로 참여했으며, 당시 일부 유럽 재무장관들은 그가 발언을 시작하자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다. 이후에도 러시아의 G20 지위는 유지됐지만, 정상·장관급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의 대면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9년 이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최근 정상회의에서는 주로 크렘린의 고위 관리들이 러시아를 대표했다.
미국이 러시아 재무장관을 다자회의에 초청한 데 이어 양자회담까지 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배제해 온 전임 미 행정부 및 유럽의 접근과 거리를 둔 행보로 평가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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