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형소법 D-30]수사권 없는 대신 검사 ‘공익대표’ 역할 확대 전망···“학대 부모 친권 뺏고 유령법인 해산”
A씨는 지난해 1월31일 전북 익산시 자택에서 중학생 의붓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13년을 확정받았다.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A씨는 2심에서 “진범은 피해자의 친형”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3년으로 감형하면서도, 친형 B군에 대해 “강압적·폭력적인 학대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분노와 정신적인 압박감이 분출돼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B군의 상황에 주목했다. 검찰은 친모 또한 상습적 학대를 하고, B군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고 봤다. 이에 B군이 성인이 될 때까지 친모의 친권을 정지시키는 친권상실을 법원에 청구했다. 또 B군이 지내는 아동보호시설의 원장을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3일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자금 세탁 목적으로 만든 ‘유령 법인’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압수물 분석 도중 조직원들이 갖고 있던 법인 인감카드와 인감증명서를 발견한 것이다. 피의자들은 “범죄 수익금을 넘기기 위해 유령 법인을 반복 설립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법원에 법인 17곳의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지만 공소청 소속 검사의 공익대표 업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공소청 출범을 계기로 검사의 정체성을 공익 대표자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익대표 업무란 비형사 영역에서 민법·상법 등에 따라 법원에 각종 청구를 하는 업무다. 범죄자 처벌에서 나아가 ‘피해의 고리’를 끊는 일에 가깝다. 친족 없는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 심판 청구, 무연고자의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 청구, 주민등록이 안 된 무적자에 대한 법률지원 등도 해당한다.
이런 업무는 특히 범죄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662만원의 사기를 당한 경계선 지적장애인 C씨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그의 딸을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보완수사로 C씨가 이전에도 사기 피해에 여러 번 노출된 점을 파악하고, 금전 거래를 하려면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조치한 것이다.
검사는 공익대표 업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피해자 측 요청 없이도 수사기록을 검토하면서 청구가 필요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고, 보호·의료시설과 지방자치단체, 법원 사이를 오가며 청구 방식을 판단할 수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김민선 변호사는 “자녀·친족 외에는 검사와 지자체장만 친권상실을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지자체는 통상 민원을 우려해 청구를 꺼리는 만큼 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사의 공익대표 업무가 중시되자 검찰은 전담팀 구축을 확대해 왔다. 현재 전국 58개 지검·지청에서 검사 66명, 수사관 69명, 법무관 1명이 공익대표 업무를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공익대표 업무처리 지침 예규를 만들고 공인전문검사 인증 분야에 공익대표를 추가했다. 공익대표 사건을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사건별 진행번호를 두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공소청 내 전담 부서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수익 환수, 해외 도피 범죄인 송환 등 넓은 의미의 공익대표 업무도 공소청에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검찰이 집행한 범죄수익 추징금이 4958억원에 달한다며 “향후 검사들이 공익 대표자 역할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이 신청하는 범죄수익 환수를 검토하고 은닉 재산을 찾아다니려면 전담 부서와 인력 확충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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