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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21조 역대급 슈퍼예산, 성장과 격차해소 둘 다 잡아야

Kyunghyang Shinmun ·
[사설]821조 역대급 슈퍼예산, 성장과 격차해소 둘 다 잡아야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에 힘입어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93조원) 늘린 약 821조원으로 확정했다. 총지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인 ‘슈퍼예산’이다.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반등을 꾀하고,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재정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분야별로 복지·보건·고용 예산이 총지출 증가율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회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양극화 대응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늘어난 미래재원으로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산업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다시 재정여력을 확대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 등 국제질서 격변에 대응하려면 과감한 재정투자를 통해 성장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분야를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정하고, 올해보다 약 2배 늘어난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 재정투자의 방향을 잡은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에도 나라살림은 되레 개선될 것이란 점도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총수입(880조8000억원)은 총지출 규모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0.1%로 최근 20년 내 가장 양호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AI발 반도체 호황으로 적극재정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한 만큼 중장기적으론 증세를 통한 안정적 세입 기반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미국·일본 등이 장기국채 금리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유념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세수를 기반으로 신설한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는 162조3000억원으로 내년 예산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대규모 세수를 따로 저장했다가 생산적 지출에 활용하기 위한 기금 중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된다. 남은 재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된다.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회계에 비해 정부 재량이 큰 만큼 자칫 쌈짓돈처럼 쓰일 우려가 있다. 국회가 미래대응기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가장 미흡한 부분은 복지 분야 예산이 주변화됐다는 점이다. 양극화 완화를 위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은 9.3%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 증가율(29.7%), 총지출 증가율(12.8%)에 미치지 못한다.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보건·복지·고용 부문의 연평균 증가율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기업과 계층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되레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예산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양극화 완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이 손질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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