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 호박’ 구사마 야요이 별세…향년 97
‘물방울 무늬 호박’으로 잘 알려진 현대 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가 지난 14일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향년 97.
일본 나가노현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환각에 시달렸지만, 물방울과 그물 무늬를 이용한 그림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고통을 재능으로 바꿔냈다. 수채화, 파스텔, 유화를 활용해 일찌감치 자신의 독특한 회화 표현을 찾았다. 20대 후반이던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부터 뉴욕을 거점으로 천을 꿰어 조각품을 만드는 소프트 스컬프처, 거울과 조명 장식을 활용한 설치 미술 쪽에서 파격적인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같은 무늬를 반복적으로 그려 거대한 망(네트)처럼 보이게 하는 넷 페인팅으로 독보적 영역을 구축했다. 구사마의 공식 누리집은 “단일한 모티프의 강박적 반복과 증식을 통한 자기 소멸이라는 예술 철학을 정립했다”고 풀이했다.
또 보디페인팅이나 패션쇼, 영화제작, 신문 발행, 반전운동 등 미술 외 영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전위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했다. 1960년대 후반 벨기에 국제단편영화제와 메릴랜드 영화제에 출품해 입상했고, 1983년에는 소설 ‘크리스포터 매춘굴’로 상을 받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귀국한 뒤에는 야외 조각이나 대형 설치 미술 쪽에 천착했고, 특히 구사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인피니티 미러룸’ 시리즈를 제작했다. 생전 쉼없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회화 ‘나의 영원한 영혼’ 시리즈는 2009년부터 12년에 걸쳐 900여점을 제작하기도 했다. 자연과 사랑, 죽음을 넘는 무한함을 주제로 일관되면서도 다양한 창작 활동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프랑스 정부가 2003년 예술문화훈장인 오피시에를 내렸다. 2009년엔 일본 정부가 문화 발전에 특별한 기여를 한 이들에게 주는 ‘문화공로자’로 선정됐고, 2016년 일본 문화·예술계 최고 수준의 영예인 문화훈장을 받았다.
구사마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였다. 2014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시회 ‘구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내가 꾼 꿈)가 개막 한달 만에 관람객 9만명을 넘겼다. 2021년에는 국내 미술 경매시장에서 낙찰 총액이 365억여원으로 이우환 작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대표작의 하나인 ‘호박’은 한국에서 압도적 인기를 얻었다. 1981년작 노란색 ‘호박’이 2021년 국내 경매에서 54억5000만원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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