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표면 45.2km 달린 퍼시비런스 ‘외계 주행 신기록’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로봇 탐사차 퍼시비런스(Perseverance)가 ‘지구 밖 천체에서 가장 멀리 달린 탐사차’라는 기록을 세웠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퍼시비런스의 누적 주행거리가 지난 11일 45.22km(28.10마일)에 도달해, 2018년 오퍼튜니티가 세운 기록(45.16km)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퍼시비런스가 기록을 경신한 날은 퍼시비런스가 화성에 착륙한 지 2006번째 날(화성일 기준)이었다. 2021년 2월 적도 바로 북쪽에 있는 지름 45km의 예제로 충돌구에 내린 지 5년8개월만이다. 오퍼튜니티가 15년 가까이 달린 거리를 3분의 1 남짓한 시간에 따라잡았다. 기록을 세운 날 퍼시비런스가 이동한 거리는 91.31m였다.
퍼시비런스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것은 정교해진 자율주행 기술 덕분이다. 퍼시비런스의 오토내브(AutoNav) 시스템은 이동 중 지형을 촬영하면서 위험 요소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위험 입체지도를 현장에서 직접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구 운용팀이 지정한 경유지 사이의 이동 경로를 스스로 짠다. 내비게이션이 미리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로 확인해 경로를 조정하는 것이다. 나사는 퍼시비런스가 ‘달리면서 생각하는’ 이런 방식으로 하루 최대 412m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오퍼튜니티와 쌍둥이 탐사차 스피릿의 자율주행 비중은 5% 안팎이었다. 1997년 최초의 탐사차 소저너는 20개 측정 지점을 통해 앞길을 살폈지만, 퍼시비런스가 측정하는 지점은 60만개나 된다.
기록 경신 예정 시기는 애초 8월이었다. 그러나 퍼시비런스가 자세히 살펴봐야 할 새로운 밝은색 암석을 발견하면서 두 달 가량 한 곳에 머무는 바람에 늦어졌다.
퍼시비런스는 현재 예제로 충돌구 서쪽 가장자리 바깥의 ‘라크 드 샤름’(샤름 호수) 지역을 지나 ‘이두비’로 향하고 있다. 이두비는 40억년 전 소행성 충돌로 생긴 암석들이 널린 곳이다. 지구에서는 침식과 지각판 이동으로 이런 지층이 사실상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이두비에서 고대 열수계의 흔적을 찾기를 기대한다. 열수계는 뜨거운 물이 지하 암석 틈 사이를 순환하는 환경으로, 생명체 탄생 후보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에서 발견된 밝은색 암석이 반려암이라고 전했다. 반려암은 마그마가 땅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으며 굵은 결정으로 굳은 암석이다. 과학자들은 이 암석이 여러 차례 소행성 충돌을 겪은 초기 화성 지각의 일부일 가능성을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퍼시버런스는 이 암석 가운데 하나를 뚫어보려 했지만, 너무 단단해서 시료를 채취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퍼시비런스는 호수 바닥과 강이 만든 삼각주, 충돌구 가장자리에서 암석과 표토 시료를 수집해 29개의 용기에 담았다. 특히 삼각주에 있는 ‘ 체야바 폭포 ’라는 암석에서는 생명체와 직접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나사는 애초 화성에서 채취한 표본을 유럽우주국과 공동으로 2030년대 초반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화성 표본 회수 계획 은 올해 초 비용 문제로 이를 취소했다.
나사는 최근 퍼시비런스의 임무 연장을 승인했다. 2028년 말까지 이어지는 연장 임무에서 퍼시비런스는 충돌구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충돌 충격으로 솟아오른 100m 너비의 ‘레인보우 폭포’를 조사할 계획이다. 스티븐 리 나사 프로젝트 매니저는 “퍼시비런스의 원래 목표는 약 20km였다”며 “그러나 모든 장치가 정상이고 연장 수명 시험 결과도 좋아 퍼시비런스는 앞으로 수년간 주행 기록을 계속 늘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사는 퍼시비런스가 지금과 같은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경우 100km 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 마이모네 탐사차 운영팀 부팀장은 “다음 도전 과제는 햇빛”이라며 “내비게이션 카메라에 생기는 눈부심을 극복할 수 있으면 이후 모든 로버의 작업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화성 탐사차 소저너는 전자레인지 크기로, 1997년 83일 동안 약 100m를 이동했다. 이후 2004년 화성에 도착한 골프 카트 크기의 쌍둥이 탐사차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중 스피릿은 2010년까지 7.7km를, 오퍼튜니티는 2018년까지 45.16km를 이동했다. 2012년 화성 적도 바로 남쪽 게일 충돌구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38km 이상을 이동했으며 14년째 활발하게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퍼시비런스는 다섯번째 화성 탐사차다.
퍼시비런스의 기록은 달에서의 주행 기록보다도 앞서 있다. 1972년 아폴로17호의 월면차가 세운 35.7km, 1973년 소련 루노호트 2호가 세운 39km를 훌쩍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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