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무한대[내가 만난 명문장/이서수]
“사랑은 무한대이외다.”―김명순 ‘사랑?’ 중 연애를 삶의 필수요소로 보지 않는 오늘날에도 영화와 책에선 사랑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발견하기는 어렵고, 그러기 위해 사랑 이야기를 보는 사람은 드물다. 사랑이 무엇인지 새로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본 기억도 희미하다. 나 역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건 현실의 시급한 고민을 먼저 해결하고 난 뒤의 일로 여겼다. 그러던 차에 맞닥뜨린 문장이라 더욱 아팠던 모양이다. 사랑과 무한대가 나란히 놓인 걸 본 순간 일시적으로 세상이 멈춘 듯했다. 사랑에 대한 식상한 정의를 뒤로 밀어내며 나를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목소리. 봐, 네가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사랑에 대한 진실한 정의가 여기에 있잖아.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간결하고 힘 있는 이 문장은 김명순이 백 년 전에 쓴 글의 일부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고 치열하게 글을 썼던 근대 여성작가. 비극적 개인사를 헤아려보지 않더라도 시대를 초월해 독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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