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39] 우리 대신 늙어가는 초상화
아이들은 종종 내 책상 위에 뭔가를 몰래 올려놓는다. 대개는 뒤늦게 발견하곤 하는데, 요즘 그림에 푹 빠진 다섯 살 둘째의 취미는 아빠 얼굴 그리기다. 물론 그림 속 화풍은 아직 초현실주의나 해체주의에 가깝다. 대체 어디를 나라고 그린 것인지 한참 들여다보다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떠올렸다. 이 아일랜드 출신의 재능 많은 작가는 자신의 유일한 장편소설에서 예술과 아름다움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욕망한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 대신 늙고 흉측하게 변해가는 초상화를 숨긴 채 타락을 거듭하다 끝내 파멸하고 마는 이야기’라고 간단히 줄일 수도 있겠지만, 어딘지 마음이 편치 않다. 도리언과 초상화의 관계를 단순히 작가가 만들어낸 소설적 장치나 은유라고 여기기에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너무 많이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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