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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엄마-아빠 유전체 분리해 100% 해독 성공…유전질환 진단 새 이정표

Hankyoreh ·
엄마-아빠 유전체 분리해 100% 해독 성공…유전질환 진단 새 이정표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동양 고전에서 유래한 이 유명한 구절처럼 우리 몸의 생명 활동과 형질을 결정하는 모든 유전정보는 정확히 아빠(부)와 엄마(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은 것이다.

물려받은 유전정보는 23개 쌍으로 이뤄진 46개의 염색체에 나뉘어 들어 있다. 그렇다면 각각 염색체 쌍에서 어떤 쪽이 모계이고 어떤 쪽이 부계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외모나 형질을 보고 짐작하거나 제한적인 유전자 분석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는 해당 유전자가 염색체 쌍의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 명확히 특정할 수 있게 됐다.

과학자들이 인간 게놈 해독 완성을 선언한 지 23년 만에 모계와 부계 유전체를 구분해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유전 질환을 유발하는 변이가 부계와 모계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개인 맞춤형 치료 의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T2T 컨소시엄)은 실존 인물의 세포 핵 속 염색체에 담긴 부모 양쪽의 유전 정보를 완벽하게 분리해 유전체(게놈) 전체를 재구성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셀과 ‘셀 게노믹스’(Cell Genomics) 등에 12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사람 외에도 마카크, 마모셋, 얼룩말핀치를 포함한 8종의 척추동물에 대한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도 포함돼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가 남긴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결성된 이 컨소시엄은 2022년 인간 게놈 해독 완성 선언 이후 약 20년간 공백으로 남아 있던 마지막 8%의 인간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유전체 서열 정보는 염색체 쌍의 양쪽 서열이 거의 똑같다는 걸 전제로, 한 쪽 계통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부모 양쪽으로부터 각각 물려받은 이배체 구조의 서열을 완전 해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전의 염색체 지도는 염기 쌍 중 한 쪽만을 뽑은 30억개로 이뤄진 반면, 이번에 완성한 지도는 부모에게서 받은 2개 쌍을 모두 포함한 60억개로 이뤄져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아담 필리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022년의 연구가 퍼즐 한 판을 맞추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엄마와 아빠의 퍼즐 조각이 무작위로 섞여 있는 상자 속에서 두 판의 퍼즐을 동시에 각각 완성해 낸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해독에 DNA 분석 및 진단 업계에서 기준 물질로 사용하는 생존 인간 게놈 ‘HG002’을 사용했다. 이 게놈은 부모와 아들로 구성된 3인 가족 게놈 세트로 부모의 유전 정보가 이미 확보돼 있어 정밀한 이배체 게놈 해독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이번 해독에서 약 9억개의 새로운 염기서열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는 총 60억개 염기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새로 찾아낸 염기서열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암이나 신경계 질환, 희귀 유전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영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필리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개인의 고유한 유전체 전체를 재구성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이를 통해 유전체의 어떤 부분도 누락하지 않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전체 해독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60억개의 염기 서열을 모두 해독하는 데 든 비용은 약 5천달러(680만원)로 낮아졌다. 이는 2003년 완성된 최초의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투입된 50억달러(6조8000억원)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보한 전체 게놈 정보가 앞으로 희귀 유전질환, 특히 어린이의 유전질환에 대한 진단 능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는 한 쪽 계통의 정보만을 담은 표준 유전자지도와 환자의 유전자를 비교·대조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희귀질환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이배체 전체 염기서열 확인 기술을 척추동물에도 적용해 마카크원숭이, 마모샛, 얼룩말, 쥐, 말, 당나귀, 기린 등의 전체 게놈을 재구성한 결과도 별도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런 동물 참조 게놈은 영장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새들은 어떻게 지금처럼 지저귀게 됐고, 가축은 왜 풀을 뜯어먹게 됐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동물 게놈과 인간 게놈을 함께 결합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희귀 유전질환을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고, 개인별로 더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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