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애교’, 학술논문에…과학적으로 ‘혀 짧은 소리’ 아니다
케이(K)팝 아이돌 가수들이 인기를 끌며, 이들이 귀여운 표정과 말투로 팬들에게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문화인 ‘애교’도 ‘Aegyo’라는 고유명사로 정착할 정도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흔히 어린아이 같다는 뜻으로 ‘혀 짧은소리’라 하는데, 실제 애교 발화에선 혀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목구멍이 짧아지는 방식으로 어린아이처럼 말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지은 덕성여대 교수(국어국문학)와 폴커 델보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컴퓨터언어학)는 성인이 애교 발화를 할 때 입안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한 결과를 최근 미국 음향학회지(JASA)에 발표했다.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애교가 주로 성인들이 어린아이 같은 매력과 유아적인 귀여움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보며, 그간 주로 평균 음높이나 비음, 말의 속도 등에서 이를 보여주는 특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모음 발음에 집중해, 서울 거주 한국인 12명이 애교로 말할 때와 일반적으로 말할 때 입안 기관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모음 발음에 주목한 이유는, 어린아이는 성인에 견줘 성도(목구멍 등 소리를 울리는 통로)가 짧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성도를 통과해 울릴 때 특정 주파수 대역들이 증폭되는데, ‘아’ 소리처럼 입이 크게 벌어지고 성도가 짧아지는 상태에선 ‘포먼트1’(F1) 주파수 값이 커진다. 연구 결과, 실제로 피실험자들이 애교 발화를 할 때 모든 모음에서 포먼트1 값이 유의미하게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두를 들어 올리고, 혀를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성도를 짧게 만들어 어린아이 같은 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성인이 어린아이의 특징을 따라 한다는 것은 동물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존 전략은 아니다. 델보 교수는 “여러 종이 자신을 더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후두를 낮춰 성도를 길게 만드는 전략을 쓴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작고 어려 보이게 하는 정반대의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어린아이처럼 꾸민 목소리는 타인에게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이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갈 뿐 아니라, 그에게 자신을 더 잘 기억하게 만드는 수단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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