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또 재해 직격타 맞은 중국-네팔 관문…“위험한 통로, 지룽의 역설”
중국과 네팔을 잇는 핵심 육상관문인 시짱(티베트)자치구 지룽항이 약 1년 전 발생한 홍수로 폐쇄됐다가 다시 문 연 지 8개월 만에 또 대형 재난을 맞았다. 양국 사이에 놓인 히말라야를 넘나들 수 있는 ‘천연 통로’라는 지형적 이점이 재해 피해를 키우는 지리적 취약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중국 현지매체 펑황신문을 보면, 지룽항 인근 계곡은 약 93㎞ 사이 고도가 2400m 이상 낮아지는 깊은 협곡이다. 해발 4000m가 넘는 칭짱고원에서 네팔의 저지대로 빠르게 내려갈 수 있어 과거부터 교통로로 이용됐지만, 양쪽 산비탈은 가파르고 암반은 잘게 부서져 있다. 여기에 인도양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계절성 폭우를 뿌리면 느슨한 흙과 돌이 계곡 아래로 쏟아지기 쉬운 구조다.
재해는 반복되고 있다. 지룽항 국경관문은 지난해 7월 홍수 피해로 문을 닫았다가 올해 1월 운영을 재개했지만, 홍수 피해는 1년49일 만에 다시 닥쳤다. 펑황신문은 “인간은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중요한 통로’를 만든다”며 “이것이 히말라야 산악지역에 존재하는 영원한 역설”이라고 짚었다.
지룽항의 지리적 위험성은 2015년 4월25일 발생해 약 9천명이 숨진 규모 7.8의 네팔 대지진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강진으로 네팔 라수와와 중국 지룽현 인근 산의 암반이 갈라지고 느슨해져 이후 산사태와 토석류 발생의 원인이 됐다. 게다가 지룽항은 빙하 붕괴와 빙하호 관련 재해 위험이 있는 수십 개의 빙하호를 상류에 두고 있다. 청두이공대 지질재해방지 국가중점실험실은 원격탐사 연구를 통해 지난해 홍수 피해를 입은 지룽현 우의교 상류에 빙하호 55개가 분포하고 있으며 총면적은 약 3.39㎢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재해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과학보에 따르면, 지룽항 인근 계곡에서는 이번과 같은 빙하 붕괴뿐 아니라 빙하호·빙면호 붕괴, 폭우로 인한 토석류와 빙하 산사태 등 여러 형태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빙하와 눈의 융해가 빨라지고 있고, 2015년 대지진으로 느슨해진 산체까지 남아 있어 재해 위험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경을 초월해 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예방이나 경보를 위한 조사·감시는 국경 탓에 제약을 받고 있다. 쉬창 청두이공대 부총장은 중국과학보에 “이번 대홍수 발원지가 네팔 영토 안에 있어 중국 연구진이 직접 들어가 조사하거나 감시장비를 설치하기 어렵고 주로 위성 원격탐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빙하와 암석의 붕괴는 시작부터 계곡을 덮치기까지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아 경보를 내릴 시간도 부족하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번 대홍수 때 네팔 쪽 해발 5200m 안팎의 빙하지대에서 빙하 붕괴가 시작된 뒤 토석류가 지룽항에 도달하기까지 약 7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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