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월세 3배 올려 20억원대 권리금 계약 무산···대법원 “권리금 회수방해 따져봐야”
건물주가 월세를 대폭 인상한 영향으로 기존 임차인이 새 예비 임차인과 맺은 거액의 권리금 계약이 파기됐다면 건물주의 책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상가 임차인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부산에 위치한 B씨의 건물에서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왔다. 보증금은 1억원, 월세는 600만원이었다. 지난 2023년 B씨가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자 A씨는 새 임차인을 주선하고 상가를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B씨는 새 예비 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원, 월세 2000만원의 계약을 요구해 임대차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그 결과 A씨가 새 예비 임차인과 체결했던 22억원 규모 권리금 지급 계약도 깨졌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기존 보증금의 5배, 월세의 3배 이상인 금액을 부른 게 상가임대차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상가임대차법에서는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하는 행위’를 권리금 지급 방해 행위로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B씨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행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약국의 유리한 입지 등을 고려하면 “B씨가 현저히 고액의 월세와 보증금을 요구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새로 책정한 월세와 보증금 규모가 ‘현저히 고액’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고액인지 여부는 기존 임차인과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감정 등의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곧바로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B씨가 새로 정한 보증금과 월세에 대해서도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며 주변 건물과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린 것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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