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잠실] ⑫ 개구리 번트, X존, DTD…김재박 "잠실은 애환이 녹아있는 곳"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달 11일 서울 잠실구장. 2026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초청 인사로 참석한 김재박 전 감독은 관중석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김재박 전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잠실구장 철거를 앞둔 소회를 묻자 "내 청춘과 땀과 눈물, 애환이 모두 녹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개구리 번트'와 'X-존', '최초의 한국시리즈 9차전 우중 혈투' 등 잠실구장에서 겪은 많은 추억을 떠올리며 잠실구장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잠실구장은 세계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건립됐으며, 1982년 7월 준공돼 같은 해 9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의 주 무대로 사용됐다.
야구대표팀 주전 내야수였던 김재박 전 감독은 "당시 잠실구장은 국내 다른 야구장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시설을 자랑했다"며 "드디어 우리나라도 최고의 야구장을 갖게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역전 우승의 물꼬를 튼 '개구리 스퀴즈 번트'는 김재박 전 감독이 어우홍 당시 대표팀 감독의 사인을 잘못 읽어서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김재박 전 감독은 "스퀴즈 번트 사인은 나지 않았고, 나 스스로 기습 번트를 대려고 했던 것 "이라며 "상대 투수가 공을 빼면서 나도 모르게 점프해서 번트를 댔다. 3루수가 뒤로 빠져 있던 틈을 타 그쪽으로 공을 보내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1989년까지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MBC 청룡에서 주전 내야수로 맹활약했고, 1990년부터 1991년까지는 MBC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태평양 돌핀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김재박 전 감독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수원을 연고로 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을 지냈다. 이때에도 잠실과 끈끈한 인연은 이어갔다.
당시엔 KS 일부 경기가 중립 경기로 잠실구장에서 열렸고, 김재박 감독이 이끌던 현대는 사상 유례없는 진흙탕 우천 경기 속에 9-8로 승리해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김재박 전 감독은 "그때 6회부터 비가 쏟아졌다"며 "KS 우승이 걸린 큰 경기였고, 9차전까지 이어지면서 누구도 경기 중단을 외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경기는 내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며 "마침 잠실에서 열려 더욱 의미가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 왕조를 이끌었던 김 전 감독은 역대 최고 대우로 친정팀 LG 감독으로 복귀했고, 이후 잠실구장에서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장을 썼다.
LG 감독으로 부임한 김재박 전 감독은 대형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구장이 팀 타선 장타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간이 펜스인 일명 X-존을 설치해 LG 홈 경기 때만 좌·우중간 펜스를 4m씩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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