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20년 채운 입주민들 "더 살게 해달라"…서울시 "불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서울시가 무주택 시민에게 최장 20년간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의 첫 만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입주자의 계속 거주 요구와 공공임대주택 순환 공급 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당초 계약에서 정한 거주기간을 연장하면 입주를 기다리는 다른 무주택자의 거주 기회가 줄어들고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시민에게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장기간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되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도 최장 거주기간이 20년이고 분양 전환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영구적인 거주권이나 향후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공급된 주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기 물량은 내년 310가구에서 2028년 682가구, 2029년 1천747가구, 2030년 2천452가구, 2031년 4천170가구로 빠르게 늘어난다. 5년간 총 9천361가구가 순차적으로 최장 거주기간을 채운다.
일부 입주민들은 장기전세주택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는 사이 주변 주택 가격과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입주 당시 중년이었던 주민 상당수가 고령층에 접어든 만큼 달라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주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갖춘 입주자에게 분양전환 기회를 줘 기존 생활 터전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에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분양전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들어 기존 장기전세에도 비슷한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는 그러나 기존 장기전세와 미리내집은 정책 목적과 입주 대상, 지원 조건이 달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장기전세의 거주기간을 일괄적으로 늘려주면 해당 주택에 새로 입주할 무주택자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어 공정성 문제가 발생하고 공공임대주택의 순환 구조가 약화할 수 있다며 불가 원칙을 밝히고 있다.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최장 20년간 주거 안정을 지원한 뒤 확보된 공공주택을 다음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 만큼,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만기 입주자에게 예외적으로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허용하면 동일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이미 퇴거했거나 다른 주거지를 마련한 입주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앞으로 만기를 맞는 다른 입주자들이 잇따라 같은 요구를 할 경우 당초 정해진 계약조건과 공공주택 공급계획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다만 만기 입주자 가운데 고령자나 저소득층 등 자력으로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의 주거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지는 서울시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계약 연장보다는 소득·자산 등 개별 여건을 고려해 다른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 복지제도와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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